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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복이가 웃었다...
스마트폰으로 갑작스레 담은 사진이지만
보면 볼수록 마음이 흐뭇하다. 선복이 웃음이 더욱 커진다.
바닷가 식당으로 식사하러 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그리고 나도 함께.
바다를 보는 선복이는 계속 웃었다.
목소리가 맑아졌다. 이야기하는 모습이 어릴 적 모습보다 더 예쁘다.
선복이를 처음 만난 것은 20년 전이다.
그땐 초등학생이었고, 언니인 선옥이를 따라 다소곳이 자리에 앉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했다.
그리고 여러 일이 여자의 삶을 살아가는 선복이를 스치며 지나갔다.
몸도 아프기 시작했고, 마음도 아프기 시작했다. 혼미한 나날이 이어졌다.
때로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도 헝클어졌다.
그때마다 나는 선복이를 위해 기도하는 일 밖에 달리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간에 업혀서 선복이가 집으로 왔다.
선복이는 그래도 할아버지가 계시고 아버지가 계시는 집이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릴 때 뛰어놀았던 마당으로 들판으로 쉽게 나오지는 못했다.
다시 기도했다. 따뜻한 바람이 선복이를 감싸며 지나가게 해달라고.
언제부터인가 뒷자리에 앉아있는 선복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모습이 커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바람이 선복이를 지나 내게도 불어왔나 보다.
선복이와 같이 식사하러 갈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마침 선복이를 보니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모시고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가서 바다도 보고.
아마, 바다가 먼저 선복이를 불렀나 보다.
바다를 보는 선복이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선복이가 웃었다.
먼저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다.
흐린 바다였지만 선복이 눈에는 바닷속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도 웃으시고 아버지도 딸을 보며 웃었다.
지켜보는데 갑자기 사진을 찍고 싶었다.
오늘따라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으로라도 담고 싶었다.
이렇게 삼대 사진을 찍는 것은 처음이었고
선복이도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함께 사진 찍는 일이 오랜만일 것 같다. 물론 내 생각이지만.
하나 둘 셋 하는데, 갑자기 선복이가 손가락으로 V자(字)를 그린다.
내 마음에 잔잔한 물결이 밀려왔다. 스마트폰이 흔들렸다.
사진을 보니 역광이라서 배경이 하얗다.
이렇게 사진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바다를 보고 웃는 선복이에게 바다가 보이지 않는 사진은 그 의미가 좀 줄어들 것 같았다.
바다 사진을 한 장 찾아서 하얀 배경에 넣었다.
이제 선복이가 바닷가에 왔다간 인증 사진이 되었다.
선복이가 웃었다.
보는 나도 웃었다.
선복이는 웃음으로 큰 선물을 주었다.
정작 바닷가에서 마음이 풍성해진 것은 나였다.
다시 한 번 사진을 본다.
선복이가 아까보다 더 크게 웃는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덩달아 웃고 바다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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