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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무척 따사로운 봄날이어서
대천해수욕장엘 갔습니다. 사실 대천해수욕장은
잘 가지 않는 곳인데 어제따라 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바다야 아침저녁으로 가는 곳이지만
사람도 좀 있어서 부산한 느낌과 파도 소리가 섞이는
그런 봄 바다의 시간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머드광장에 서 있었습니다.
여름엔 발 디딜 틈 없는 곳이 이렇게 한적하다니
갑자기 외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여유롭게 이리저리 걷는데
광장 끝에서 한 부부가 걸어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입니다.
할머니는 몸이 안 좋으신지 의료용 보행보조차에 의지해서
어렵게 한 걸음씩 뗍니다. 할아버지는 곁에서 부축해주고요.
차를 세워 둔 주차장에서 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드디어 모래사장과 접한 광장 끝까지 왔습니다.
그때야 깨달은 것은 두 분이 바다를 보기 위해서 왔다는 것이었습니다.그리고 보니 여기가 바닷가라는 것을 순간 잊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부축해서 계단에 앉혔습니다.
그리고 자신도 곁에 앉아서 바다를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드라마처럼 자연스럽게 제 앞에서 펼쳐졌습니다.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멀리서 사진 한 장을 담았습니다.
두 분을 담았다기보다는 봄날 바다 풍경을 담았습니다.
파도가 일렁이고, 바람 따라 갈매기는 날아가고,
하늘은 뿌연 해도 모든 것이 생동하는 봄날 바다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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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 '어느 60대 노부부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