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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굴 따러 가면...농촌이야기 2013. 3. 8. 11:52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애잔하면서도 아련한 노래를 따라 엄마가 굴을 따러 가신 바닷가에 가 본 적이 있는지요?
하루에 두 번은 가는 바닷가.오늘은 마침 굴 따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성진이 집 앞에 차를 멈추면 바로 바닷길이 이어집니다.
밀물 때면 드넓은 바다가 펼쳐지고, 썰물 때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자욱한 물안개 속으로 양식 굴을 실은 차가 왔습니다. 굴을 까서 생활비를 마련하는 할머니들이 굴을 사서 망태기에 넣습니다. 한평생 바다에서 살아오신 분들이라 갯벌에서는 발걸음도 가뿐합니다.
할머니들이 굴을 내리는 동안, 한 분이 밀차를 밀며 바닷가로 내려옵니다. 밀차 안에는 깐 굴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굴을 까기 위해 사용하는 비닐하우스가 바닷길 입구에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굴을 까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가족끼리 할 때도 있습니다.
바다 우물(?).
서해안에서는 간만의 차가 심해서 썰물 때는 바닷물에 다가가기 어려우므로 동네마다 바닷물을 가둬두는 수조가 갯벌에 있습니다. 씻고 헹구고 온갖 일을 다하는 그야말로 동네 우물입니다. 밀물이면 수조의 물을 자동으로 갈아주기 때문에 늘 신선한 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는 가끔 맑은 날 하늘 구름의 반영을 사진 담느라고 수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드디어 개인별로 굴을 망태기에 담는 작업이 끝났습니다. 각자의 자리로 굴을 이동합니다. 그런데 굴 망태기가 여간 무거운 것이 아닙니다. 할머니 힘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돕는 손길이 필요합니다. 저도 한 망태기 옮겼습니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굴은 크기가 3cm 정도로 작지만, 사람이 키운 양식 굴은 훨씬 큽니다. 자연산 굴은 밀물 때만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햇빛에 드러나기 때문에 자라는 속도가 느립니다. 사람이 키운 양식 굴은 항상 바닷물 속에 잠기게 해두기 때문에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다 컸을 때의 크기도 자연산 굴보다 훨씬 큽니다.
자연산 굴은 충청남도에서 제일 많이 나고, 그다음으로 전라북도, 전라남도의 순서입니다. 이곳들은 갯벌이 넓게 펼쳐져 있는 지역입니다. 양식 굴은 경상남도가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는데, 전국 생산량의 72.6%나 됩니다. 그다음으로 전라남도가 21%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굴은 바다가 깊지 않으면서 파도가 잔잔한 곳을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주변에 섬이 많으면 물살이 부드러워지겠지요. 그런 점에서 천수만은 안면도가 파도의 힘을 막아주고 있어서 굴 양식을 하는데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돌이나 너럭바위에 붙어사는 자연산 굴을 보통 ‘어리굴’이라 하고 그것으로 젓을 담은 것이 '어리굴젓'입니다. ‘어리’란 말은 ‘어리다’ ‘작다’는 뜻입니다.
자연산 굴이 좋은 것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요즘 바닷가 생태계 환경은 자연산 굴이 번식할 수 있는 좋은 모습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갯바위에서 굴 따는 아낙들의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을 자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어렵고, 대신 양식한 굴을 비닐하우스에서 다듬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굴 망태기를 줄로 엮어 놓습니다. 차례로 굴을 까는 동안 줄로 엮어 놓은 나머지 굴들은 밀물 때도 자기 자리를 지키며 싱싱함을 간직합니다. 깔 굴을 밀차에 담아서 입구의 비닐하우스로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깐 굴은 다시 수조로 가지고 와서 바닷물로 깨끗하게 세척을 합니다.
밀고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고...
몇 번을 해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길이 있다는 것은 힘들어도 고마운 일입니다.
수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안에도 작은 물고기부터 시작해서 많은 생명이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굴을 까고 세척을 합니다. 오늘은 바람이 제법 불고 안개도 가득하지만, 그래도 봄기운이 힘을 줍니다.
이렇게 다듬어진 굴은 생굴로 또는 굴젓으로 판매 합니다. 주문한 순서대로 늦은 오후 택배로 나갑니다.
지금은 시기적으로 아랫녘보다 충남권 굴이 싱싱하고 맛이 있을 때입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이제 맛있는 굴은 가을이 돼야 맛볼 수 있습니다. 할머니들의 손맛이 담긴 굴. 저녁 식사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용재오닐 '섬집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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