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42AAE4F50CABACB2D)
여전한 농촌 한 귀퉁이에서
겨울을 맞았습니다. 아니, 새로운 날의 시작을 맞았습니다.
생각하니 새로움이란 덜덜 떨리도록 무척 추운 시간이군요.
겨울 초입부터 모든 것이 꽁꽁 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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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이상한 계절입니다.
아니, 신기합니다.
살랑살랑 따뜻한 아랫녘 바람 부는 계절 놔두고
이렇게 춥고 두려울 만큼 움츠러드는 계절에
새해가 시작하다니요.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34DEE4850CABAF00E)
눈이 내리는 이유가 그래서인가요?
혹여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어 다시 시작하자는 것인가요?
그렇게 다시 출발의 순간을 열자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 고통의 계절을 마다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면 후회투성인데,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앞으로 여전히 가야 할 스스로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579914750CABB0122)
눈길을 갑니다.
마음이 살포시 긴장합니다.
늘 가는 길인데도 눈이 덮인 길은 새로운 길입니다.
하얀 길 위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무사히 갈 수도 있고, 옆으로 미끄러져 바동거릴 수도 있을 테지요.
그래도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넉넉하진 않아도 못 갈 길은 아니지요.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313044D50CABB0E0A)
눈길을 갑니다.
어른은 닳아진 세월이 미끈거려 주춤거려도, 아이들은 거리낌 없는 길입니다.
아이들을 실은 차는 오르막 내리막길에서 밭 귀퉁이에라도 미끄러질라치면
아이들 함성에 제풀에 통통 튀어 올라 제 길을 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034A674F50CABB1C0A)
눈길을 갑니다.
이렇게 이어진 길이 봄에는 꽃길로, 여름에는 바람길로, 가을에는 색색 길로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마음에는 노래길, 웃음길, 밝은 길로 피어나기를
소망을 안고 앞으로 갑니다.
지금은 눈이 내리고, 바닷길 산길 논길 온통 적막함 묻혀 있지만.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46EF4850CABB2B18)
눈길을 갑니다.
아이들이 사뿐사뿐 눈 위로 달려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고, 또다시 아이의 아이가 그때도 달려오기를.
그렇게 바라는 마음이 모여서 농촌의 작은 학교가 여전히 이 길을 가고
겨울에도 얼어붙은 땅속, 꿈틀거리는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37AE4B50CABB3918)
스스로 신기한 계절 겨울에
덜덜 떨면서 길에 나섭니다. 매섭고 미끄럽고 걱정되고 움츠려지지만
그래도 가는 만큼 새로운 시작의 문을 흔들어 볼 수 있을 것 같기에
눈 덮인 마른 풀잎 털어주며 길에 나섭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79914750CABB4724)
크게 보였던 나무도 눈 내리는 벌판에서는 다소곳한 모습입니다.
나무보다 훨씬 작은 나는 눈길 위에서 점 하나의 흔적입니다.
눈에 덮여 금방 사라지는 흔적입니다.
오직 후회하고 싶지 않아 담대하지 못한 마음 추스르는 조그만 점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146EC4F50CABB550F)
눈길을 갑니다.
이토록 추운 겨울에 새해가 시작한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눈길 위에서 버둥거리느라 애쓰기 위해 갑니다.
가다가 눈에 덮여 사라지고 그 위로 다른 발자국이 새겨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고 그 간절함마저 흔적조차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눈길을 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137074B50CABB6319)
겨울 한 가운데, 오늘은 눈길이 내가 가는 길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212255050CABB7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