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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작성글)
그리운 바다는 그리운 어머니처럼
언제나 그리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어머니, 언제나 따뜻함을 가지고
이것도 받아 주시고 저것도 받아주셨던 어머니.
커서야 어머니도 한 여자로서 아픔이 있고
세상살이 풍파를 헤쳐 나가는 연약한 몸임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 계신 자리는 든든한 삶의 뒷받침이었습니다.
오늘도 모든 배를 띄워 주는 저 바다처럼.
어머니 바다에
인생의 그물을 던집니다.
때로는 빈 그물, 때로는 몇 마리
그래도 던질 수 있는 바다가 있어서 고맙습니다
그물을 매고 기쁘게 돌아가는 날도
그물을 끌고 쓸쓸하게 돌아가야 하는 날도
내일이면 다시 와서 힘차게 던지는 꿈을 꿀 수 있습니다.
아, 스멀스멀한 고통 속에서
어머니 바다가 상처를 입었습니다.
바다에 쏟아진 기름, 그리고 버려진 굴 껍질 위에 떨어지는 늙은 어머니의 눈물.
어머니의 신음 소리는
본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새삼 가르쳐 줍니다.
기름 범벅 속에 갯바위 생채기를 입은 어머니의 손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애끓게 보여줍니다.
바다를 바라보면
지금까지 잊어버렸던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렇구나. 우리는 커다란 전체의 한 구성원이었구나.
사람이 있고 그 주위에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이 널브러진 것이 아니라
땅이 있고 바다가 있고, 구름이 있고 갯벌이 있고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네가 살아가야 나도 살아간다는 것을...
아, 아픈 바다야. 어머니 바다야.
너를 보니 나도 아프다.
이제는 압니다.
이 모래알이 내 발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내 눈물에 함께 있다는 것을.
겸손히 엎드려 찬찬히 닦고 또 닦다 보면
어느새 어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을...
모래알 하나하나를 뒤집어 보며
내 마음과 너의 마음이 살아가는 공생을 배웁니다.
욕심에 묻힌 미래를 끄집어내어 진한 오염을 닦아내면서
왔던 길을 이제는 돌아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돌아서지 않으면 앞으로 그럴 기회라도 있을까요?
아, 어머니 바다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 주세요.
스스로 찢긴 상처 싸매시고
어머니의 이름으로
풀 죽은 우리들에게 용기를 주세요.
이 땅의 생명들 하나하나에 그리운 손길을 내밀어 주세요.
그 환한 미소로 푸르고 푸른 충만함을 주세요.
이 바다에 다시 어머니의 웃음이 흐르게 되면
희망도 줄줄이 따라 나와
즐겁게 바람을 흩날리며 푸른 물을 길어 와
온 몸을 맑게 씻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어머니 웃음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갑니다.
오늘은 아픈 어머니 바다를 보며
그 날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