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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작성글)
봄방학을 한 다현이가
미장원에서 머리를 예쁘게 하고 왔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낙동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군요.
반 친구가 모두 5명인 다현이.
언니 오빠들하고 자연스럽게 공동체가 돼버린 학교에서
1학년 생활을 잘 했습니다.
2학년이 되면 이제는 언니가 됩니다.
새로 입학하는 동생들은 모두 5명.
잘 돌봐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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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학교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올 해, 낙동초등학교 입학 예정 대상은 모두 5명이었습니다. 일부러 입학 예정 학생들의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해서 학교 설명회도 가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학을 결정할 시기가 다가오자 애타는 심정은 상관없이 그중 3명이 읍내 학교와 면 소재지 학교로 갔습니다. 그렇게 결정한 부모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문제는 현재 1학년 학생들이 모두 6명이기 때문에 신입생이 5명 미만이면 1, 2학년이 합반이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학교법은 10명 이하면 합반을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합반이 된다면 그동안 나름대로 수고한 것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마 협력하고 있던 학부모들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합반을 막아보고자 애썼지만 신입생 1명을 찾아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사립학교가 아닌 공립학교이기 때문에 학군제 영향도 받고, 읍내는 리 단위 학교에 대해서 우월감이 크고 면 소재지에는 면을 대표한다는 학교가 자리 잡고 있어서 이래저래 고민이 컸습니다. 지난 번에 교회를 방문한 손님들이 있어서 학교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같이 학교를 찾아보고 교장실에서 교장 선생님 이야기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현재 상황 앞에서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동창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상당히 먼 바닷가 쪽에서 신입생 3명이 오기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간신히 한 숨을 돌린 셈이지요. 긴장했던 동창회에서는 약속한대로 신입생들에게 일백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6학년이 9명 졸업하는 바람에 50명 미만으로 다시 줄어 든 학생 수도 그동안 전학을 오고 해서 50명을 넘어서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작년 12월 중순부터 지금까지 숨 가쁜 과정입니다. 앞으로 2년간은 신입생 수가 좀 여유가 있습니다만 이렇게 힘들어서는 학교의 장래가 도저히 장밋빛 일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보다 근본적인 프로젝트를 세우기 위해서 머리들을 맞대고 있습니다. 인력풀의 한계가 있어서 진척이 쉽게 나가지는 않지만, 헌신적인 이들이 노력이 커지고 있어서 그 모습이 앞으로 조금씩 드러날 것 같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농촌 학교지만 생태적인 환경과 소수(少數)로 인한 교육환경의 우수성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쩔 때는 막연한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학교 일에 기를 쓰고(?) 달려드는 것은 지역 공동체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역 공동체라는 말도 좀 막연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이익 앞에서 냉정해지는 모습이나 그보다 더한 무관심은 참 마음이 아픕니다. 확실하지 않은 실체 앞에서는 도시나 농촌이나 다를 바가 별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농촌은 아직까지 순박함이 크고, 떡 한 덩이라도 두툼하게 나누는 맛이 있고, 눈 길 사이로 고라니 하며 토끼들이 나타나는 긴장감도 있습니다. 제일 마음이 아픈 게 마을 사람들이 티가 나게 늙어가는 것이지만, 틀니도 빠진 채 인생은 팔십부터라고 노래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어느 목사님이 별로 심각하지도 않게, 농촌은 결국 십여 년 후에는 없어지고 말 테니 농촌 교회도 이제 하나로 합쳐져야 한다는 극히 나름대로 상식적이라고 생각해서 내뱉은 말에 그러려니 했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일단 내가 할 일에 열심을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힘든 것 같아도 이게 상당한 재미도 있습니다.
올 해는 들꽃마당을 비롯해서 교회를 중심으로 한 우리 지역에 조금씩 관심들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본격적으로 하는 절임배추 사업을 비롯해서 지역에서 계획하고 있는 몇 가지 일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향식 지원이 아니라 그동안 교우들과 지역민들의 움직임에 힘을 보태주는 격이 돼서 저도 좀 힘을 얻습니다. 들꽃축제도 5월 10일(토)에 열기로 했고, 그 준비도 시작했습니다. 그때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말이 나온 김에 여러분을 미리 초대합니다.
지금 우리 지역의 모습은 학교의 운명과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은 문을 닫을 것인가, 아니면 몇 명이라도 계속 들어와서 학교가 지탱될 뿐만 아니라 이런 지속적인 움직임이 우리 지역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올 하나의 모티브가 될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학교가 없어진다면 우리 지역도 결국은 버티다가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이고, 학교가 존재한다면 들꽃축제도 계속 열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여러분들을 맞으면서 새로운 모습의 농촌으로 그 걸음을 디딜 수 있을 것입니다.
패가 읽힌 게임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종말론적인 삶을 산다는 마음으로 오늘을 삽니다. 여러분들도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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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이 머리를 빗깁니다.
빗기면서 새로 들어올 동생들을 어떻게 대해 줘야 하는지 이야기도 합니다.
다현이도 동생들이 들어온다는 것에 언니로써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분으로 열심히 학교 다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좋은 학교를 통해서
좋은 봄바람이 살랑 살랑 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