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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5 03:57

없어지는 것이 많다 보니 이제는 어느 것이 없어져도 무덤덤한 농촌입니다. 아니, 언제 그것이 있었느냐고 물어라도 본다면 그나마 희미해진 존재의 가치에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제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도 없고 안타까워하는 이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농촌공동체와 농촌의 미래에 대해 일종의 잣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면 소재지에는 그동안 피아노학원이 있었습니다. 허름한 건물이지만, 그래도 들어서면 피아노 소리가 나고, 바이올린은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서 아이들의 가방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었습니다. 사실 농촌에 음악을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있다는 것은 요즘 생소한 일이기도 합니다. 농촌이 워낙에 노령화되고, 아이들도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 지역에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연주를 배울 수 있는 피아노학원의 존재는 나름대로 음악에 관심을 두는 이들과 자녀의 음악 교육에 마음을 모으는 이들에게는 기쁨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문을 닫았습니다. 들려오는 이야기는 피아노학원에 등록하는 아이들 수가 급속도로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지역에 초등학생들이 두 학교를 합쳐서 150명 정도 되고, 중학교도 나름의 자리를 잡고 있는데 다들 음악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떨어졌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물론 농촌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것도 이유지만 지난 7월 12일에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을 대비해야 하는 농촌 학교의 공부 분위기도 크게 작용한 것 같았습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은 잘 아시는 대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의 학업수준을 확인하고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시험입니다. 올 해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이 전국적으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이 시험이 각 지자체 간의 학력 비교 시험으로 변질(?) 되면서 성적이 상당히 떨어지는 지역의 학교들은 아무래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묵직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압력을 넣느냐고요? 그것은 미루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농촌학교도 또한 스스로 비상 상황을 만들면서 아이들을 채근하는 가운데 시험 대비를 했습니다.


모든 것이 2순위로 밀리는 가운데 음악을 배우는 일쯤이야 당연히 순위에서 무시해도 될 만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작금의 농촌 현실에서 음악학원 운영도 힘들었겠지만, 거기에 이런 일들이 음악학원의 문을 더 빨리 닫도록 채근했습니다. 전인적 인간, 전인적 교육을 주창하면서도 막상 현실이 요구하는 이기적인 경쟁과 숫자로 표현되는 줄 세우기 앞에서는 너무나도 무력한 것이 우리 교육의 모습인가 봅니다. 이런 현상을 가만히 복기하노라니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성과주의에 무너지는 교육의 모습도 그렇고, 문화의 힘이 약해지면서 스스로 도태되는 농촌의 모습도 눈물겹습니다.




지나는 길에 문을 닫은 피아노학원, 그러니까 예전의 피아노학원 건물을 봅니다. 흐린 하늘 때문인지 괜히 을씨년스럽고 그 앞에는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도 찾기 어렵습니다. 굳게 닫힌 자물쇠는 곧 열리겠지만, 앞으로 피아노 소리는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라진 피아노 소리를 따라간 아이들 소리도 돌아오기 어렵겠지요. 이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의 결과가 발표되면 또 어떤 것이 사라지게 될까요? 학교는 어쨌든 당위성을 준비해서 내놓을 것이고, 다시 아이들의 꿈은 다듬어진 미래를 위해서 담보로 내놓아야 할까요?

농촌공동체 속의 학교는 단순한 배움 이상의 관계를 갖고 농촌공동체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학교 따로 가는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정말 아이들은 그렇게 배우고 자라도 튼실한 생명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이런저런 물음을 혼자서 던집니다.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알 테지요. 피아노 학원의 체취가 채 사라지기 전에 무덤덤한 시간, 무덤덤한 공간을 울리는 메아리라도 될까 싶어 말을 만들어 냅니다. 



피아노 학원이 사라졌습니다. 비록 관심도 없고 안타까워하는 이도 없지만, 사라짐은 또 다른 사라짐을 재촉합니다. 그렇게 농촌이 비워집니다. 우뚝한 희망의 탑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문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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