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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농촌이야기 2011. 1. 8. 00:01
제가 살고 있는 보령시는
지난 2일 구제역이 발생한, 역시 제가 살고 있는 천북면 사호리 축산농가와
인근 500m 5농가의 소 172마리와 돼지 2만2880마리에 대해
어제 금요일(7일) 오후 2시를 기해 매몰 살·처분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동네는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마자
안동 농장을 방문한 수의사가 우리 동네 한 축산 농가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지역민들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방 살처분으로 그 농가 돼지 2만 3천 마리가 매몰됐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들어서자마자
그 이웃인 또다른 대규모 농장에서 진짜 구제역이 발생해서
이번에는 예방 살처분이 아닌 구제역 방역 차원에서 가축 2만 3천 마리를 죽였습니다.
뉴스라든지 지역 공무원 이야기라든지 아무튼 그 상황을 들어보면
구제역에 걸린 소·돼지 살처분 작업에 동원된
보령시 공무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생각이상으로 심각한 모양입니다.
하다 못해 그렇게 친절했던 면사무소 직원들도 여간 신경질적(?)이 아닙니다.
잠시 뉴스에 나온 이야기를 인용하면,
작업에 참여했던 한 공무원은
“죽음이 임박한 소와 돼지가 얼마나 우는지... 울음소리가 고막이 터질 정도로 귓가를 때리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려고 비닐을 씌워 땅에 묻은 암롤박스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공무원은
“32명이 집단으로 격리돼 농장 안에서 5일째 작업을 하다 보니
양치와 세수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씻지도 못해 몸에서 돼지의 분변과 소독약이 뒤섞인 악취로
코를 막아야 할 정도”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작업은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기가 다반사였고 지난 5일에는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고 합니다.
낮에는 돼지들이 암롤박스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밤에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돼지들을 상자 안으로 몰아넣는 식으로 살처분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엊그제는 들꽃마당 바로 옆 농장이 구제역 의심 신고를 해서 이틀간 온 마을이 긴장의 연속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제는 공무원을 비롯한 고생한 모든 분들이 귀가했지만, 참으로 참담한 상황의 연속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우리 보령뿐만 아니라 지금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가축들에 대한 예방접종이 시작됐는데, 우리 지역은 축산농민들 상당수가 직접 주사를 놓게 됩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이번 주일 예배는 격리 차원에서 어떤 분들은 예배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 발표를 보면
지난 7일(금) 기준으로 전국의 매몰 대상 가축이 107만 마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는 9만7524마리, 돼지는 97만4469마리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구제역은 이미 축산이나 수의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정치, 경제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지금은 구제역청정국이라고 하는 정말 허울뿐인 이 명분에 매달릴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사태가 2월 말까지 이어지리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혹시나 하다가 역시나 하고 한탄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이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앞으로 예방적인 시스템을 논의하도록 하고
지금은 어쩔 수 없어서라도 소 돼지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쪽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예방접종 부작용이 상당히 우려되지만 시간을 놓쳐버렸습니다.
물론 살처분과 병행해야겠지만, 그 방식도 이제는 변경해야 합니다.
스스로 치사율을 높이는 쪽으로 몰고가서는 안 됩니다. 죽이는 것만이 결코 능사는 아닙니다.
국민들도 이제는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해서는 안 될 것이고,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기 전에
무엇보다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은 먼저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공장식 축산을 하는 농민들만 탓하기에는 그보다
오늘날 가축들의 면역력이 이렇게 형편없어지기까지는 우리의 탐욕이 깃들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제 자신은 지금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으로 제가 딛고 있는 이 자리에 엎드립니다.
돌아보면 삶의 자리를 떠난 그 무수한 말들이 참으로 허망하게 들리는 오늘입니다.
추위와 구제역에 맞서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습격자인 조류인플루엔자(AI)와 신종플루가 그 기세를 본격적으로 떨치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