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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오후에 눈 맞으며 바닷가를 지나다가 문득 바다 사진을 담고 싶었다.
추웠다.
시린 손 비비며 다가서는데 갑자기 십자가처럼 보였다.
어둔 밤하늘에서
십자가라고 온갖 모양새를 내며 서 있기보다
여기서 녹슨 모습 그대로 눈에 덮이는 모습이
내 눈에는 더 십자가처럼 보였다.
어느 배라도 다가와 줄을 던지면
마다하지 않고 몸을 내어 줄
뚝뚝 떨어지는 바닷물에 썩어가도 아랑곳하지 않을
그 모습이 내 마음속에는 십자가로 남았다.
눈이라도 털어주려다가
녹슨 자리 흐트러뜨릴까 가만히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