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까지 닿는 꿈
노란 괭이밥이 살랑바람에 수줍게 흔들거리던 지난 유월.
아주 작은 농촌 한 귀퉁이에서 낙동초등학교 여린 눈망울들은
슬픔을 가득 담고 하늘로 간 친구와 힘든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섬 그늘에 굴 따러 간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아기처럼
그렇게 잠시 자다 일어났으면 좋으련만,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는
끝내 잔잔히 묻히고, 갈매기도 잠시 숨을 멈추었습니다.
그 밤을 눈물로 위로해 준 것은 추모의 곡으로 찾아낸 용재오닐의
비올라 연주곡 ‘섬집 아기’였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용재오닐의 연주가 푸른 운동장 위를 맴돌며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로해 주고, 웃음을 찾은 아이들의 소리가 하늘까지 닿는 꿈을.
파란 하늘에 스러지지 않는 꿈이 맴돌더니 두 달 후,
이제는 전교생 49명인 낙동초등학교에 그렇게 믿기지 않게
용재오닐이 비올라를 들고 웃으면서 50번째 자리를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의 소리가 커지고 순수한 청년 용재오닐의 비올라 소리가
푸른 운동장을 가득 채운 날, 다시 꿈을 꾸었습니다.
잔망해도 저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혼들이
푸른 바람을 헤치며 씩씩거리는 숨을 쉬고 있고,
새로움과 기쁨의 노래를 불러서 이 땅에 사랑할 것들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낙동초등학교로 말미암아
밭고랑 보다 깊은 주름이 더욱 그늘지는 이 땅 농촌에
건강한 흙더미를 고르며 함께 화음을 만드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10년 후에도 여전히 학교 느티나무 아래에는 운동회 돗자리가 펼쳐지고
뜀박질하는 아이들을 보며 함께 온 이웃들과 정성 담긴 먹을 것을 내놓고
해지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보니 낙동초등학교는 그때 통폐합대상학교가 아니라
오히려 이 땅, 농민들의 삶 위에 자리 잡은 사랑과 희망의 학교였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노래할 수 있기를
그리운 비올라 음색에 기대어 그렇게 꿈을 꾸었습니다.
또다시 믿기지 않게 찾아올 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