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
늘 힘을 내야 한다고 여전히 부탁해꿈꾸는아이들 2023. 2. 10. 23:03
지난 2월 7일 저녁 7시 50분경. 서재 책상에 놓인 전화기 소리가 울렸습니다. 마침 이것저것 살피는 중이라서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수화기에서 조그맣게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사님, 저 익서예요.” 갑자기 마음이 저렸습니다. 익서의 전화는 늘 마음이 저립니다. 두어 달 전쯤인가, 겨울이 시작될 무렵 그때도 전화가 왔었습니다. “뭐 하니?” “내포에서 배달 일하고 있어요.”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잘 먹고 있어요.” “몸 관리 잘해야 한다.” “잘하고 있어요.” “배달은 힘들지 않고?” “할 만해요.” “집은?”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아마 기초생활수급자여서 홍성군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듯했습니다. 임대아파트 배정됐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거든요. 그때와 비슷한 내용의 통화가 이번에..
-
흐림보다 더 빛남이런저런글 2020. 6. 20. 11:36
요즘 가끔 캠핑 장비 챙겨서 늦은 오후에 두어 시간 정도 산이나 바다를 갑니다. 주변이 여행지라서 조금 움직이면 이곳저곳에 자리 펼 곳이 많습니다. 엊그제는 종일 흐렸습니다. 비가 오기는 했는데, 감질나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내렸습니다. 그래도 흐린 날이어서 오후엔 상당히 어두웠습니다. 천수만 바닷가에 쉴 자리를 만드는데, 잠깐 하늘이 열리더니 일몰 빛이 바다를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간, 갯벌이 드러난 바다가 물들었습니다. 아, 탄성이 저절로 났습니다. 금세 해는 지고 어두워졌지만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종일 흐렸던 것보다 짧게 빛났던 시간이 더 또렷했습니다. 우리 삶도, 지금 사회 분위기도 흐리고 힘들지만, 잠깐잠깐 빛나는 기쁨의 시간이 우리를 이끕니다. 힘을 내게 합니다. 오늘,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