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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수덕사는 수덕여관이었습니다. 20여 년도 훨씬 전에 수덕여관 이응로 화백의 문자 추상 암각화를 보던 게 좋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힘든데 뭣 하러 그런 걸 하냐고 말리는 부인에게 삼라만상을 담았노라 웃었다는 이응노 화백...
수덕여관 밥이 맛있었습니다. 손님이 오거나 바람 쐬러 가면 늘 들어가던 방에서 갖가지 반찬과 정감이 어우러져 올라온 밥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다녀오면 즐거웠습니다. 정작 수덕사 경내는 가끔 갔습니다. 700년도 훨씬 넘은 대웅전. 그 뒤꼍 기둥에 귀를 기울이면 오래전 신심(信心) 하나로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이 기둥을 다듬고 또 다듬었을 그 이야기를 듣는 듯했습니다.
수덕사는 신죽리에서 30분 거리입니다. 오면서 한용운 생가로 돌아가기도 하는, 그런 길입니다. 그리고 보니 칠갑산도 30분, 대천해수욕장도 30분, 덕산온천도 30분.... 사방 30분 거리에 갈 곳이 참 많습니다. 바다는 그보다 훨씬 더 가깝지만...
갑자기(?) 수덕사를 다녀왔습니다. 이젠 수덕여관도 사찰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수덕여관은 흔적만 남았지만...
표 받는 곳이 아래로 한참 내려왔더군요. 원래 입장료 받던 공간은 자그마한 카페로 변해서 시원한 그늘에 차분히 자리 잡고 커피 한 잔 마셨습니다. 바람 따라 봄날이 지나갑니다. 무심히 툭툭 카메라에 이것저것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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