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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 바닷가이런저런글 2012. 8. 31. 23:41
하루 시차를 두고 태풍 두 개가 연달아 지나갔다.
15호 볼라벤(라오스 이름. 라오스 고원의 이름)이 먼저 지나가고, 그 뒷바랍에 치여
14호 덴빈(일본 이름. 별자리인 천칭자리의 천칭을 의미)이 지나갔다. 강력한 바람과 엄청난 비를 동반하고서...
이런 일(태풍 두 개 연달아 지나간 일, 순번이 바뀐 일)은 거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거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국토의 서남부 지역 피해가 무척 크다.
무엇보다 큰 손실을 입은 농민들의 눈물이 마음 아프다.하굣길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바다 모습이 궁금해서 장은리로 갔다.
장은리 바로 옆에 수룡항이 있어서, 나는 수룡항도 그냥 장은리라고 부른다.
천수만 바다는 곤파스 태풍 때와는 달리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태풍 바로 뒤라서 그런지 바람도 제법 있고,
무엇보다 물결이 거무튀튀하다.
이럴 때는 흑백 사진이 더 좋을 것 같다.
이를테면, 이런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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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몰은 아니지만, 구름 때문에 더는 해를 볼 수 없었다.
배 이름은 '사랑호'이다. 주로 낚싯배로 운항을 하는 것 같다.
태풍으로 인한 피로가 배에 남아 있다. 빨리 바다가 안정되어야 선주의 얼굴도 펴질 것 같다.
맑은 날이라면 수평선 위에 안면도가 앉아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해무 때문에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갈매기 한 마리가 홍보지구 섬 '모산도'를 뒤로 한 채 바다를 날고 있다.
모산도는 이제 바닷가 작은 공원이 되었다.물결은 아직 드세다.
피항한 배들이 돌아왔지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배도 있다. 바람에 날리는 파도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줄은 마냥 늘어진다.
방파제 바위. 그나마 네가 있어서 든든하다. 이런 노래도 있었지
바위처럼 살아가보자 / 모진 비바람이 몰아 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없는 / 바위처럼 살자구나바람에 흔들리는건 /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 굳세게도 서 있으니우리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 시련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마침내 올 행복세상 주춧돌이 될 / 바위처럼 살자구나('바위처럼' *유인혁 작사,작곡)
갈매기는 언제라도 하늘을 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때가 오기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려도 묵묵부답이다.
때론 이런 모습을 배워야 한다.
때론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