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 지하철역에서
청바지, 티셔츠 차림에 야구모자를 눌러쓴 한 젊은이가
바이올린으로 클래식 음악 여섯 곡을 연주했습니다.
그 청년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고,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350만 달러짜리였습니다.
그러나 수천 명의 인파가 그의 앞을 지나갔지만
그의 바이올린 케이스에 모인 돈은 고작 32달러였습니다.
미국 신문인 워싱턴 포스트가
’대중의 취향을 솔직히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이 실험은
우리가 훌륭한 음악가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비싼 돈을 내는 이유가
단지 ’음악이 좋아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가령 예술작품의 경우,
작품 자체만을 독립시켜 가치를 매기고 그를 통해 쾌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작품 이면에 담긴, 예술가의 창작행위를 통해 가치를 판단합니다.
유명화가의 작품이 비싸게 팔리는 것은
실력이 검증된 화가의 노고가 담겼다는 판단 때문인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작품이 하찮게 보여도
그것이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이라면
상상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데, 그것은 작품 자체와 함께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무엇인가가 사람을 끌어들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단지 사람들의 가벼움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농업과 농산물 판매도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를테면 문당리 오리농법 쌀이 상당히 비싸게 팔리는 것도
이런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오리농법 쌀이 다른 쌀보다 맛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친환경 농업을 향한 농부들의 노고가 들어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건강한 쌀을 비싼 가격에도 구입을 합니다.
그리고 오히려 소비자가 구입을 즐거워합니다.
일본 농민들이 농산물 판매에 있어서
농산물 포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마을에서 벌이는
농촌축제를 멋지게 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이유도
농민들의 수고가 값지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농산물을 키우고 수확하고 판매하기까지의 노력을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말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겉모습을 포장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농산물이 건강하고 좋은 것이라는 것을 농민 스스로가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함께 마음을 모으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공동체의 모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