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려서 그렇잖아도 생기가 별로 없던 날이었습니다.
닭이 어쩌다가 오리의 발을 밟았답니다. 별로 아플 것도 없었는데,
오리는 기분도 그렇고 해서 발끈 성을 내었습니다. “너 내 발 밟았어! 맛 좀 볼래?” 하고
닭을 향하여 날개를 퍼덕이다가 그만 바로 옆에 있던 늙은 거위의 뺨을 때렸답니다.
늙은 거위 또한 기분이 잡쳐 “뀌역 뀌역” 울어대며,
“너 나한테 일부러 그랬지? 이 녀석 맛 좀 봐라!” 하고 그 큰 날개로 오리에게 덤벼들다가,
그만 옆에서 따뜻하게 햇볕을 쪼이고 있던 고양의 털을 긁었답니다.
화가 난 고양이가 찢어지는 목소리로 소리 지르며, 거위에게 덤비다가 그만 염소에게 부닥트렸네요.
염소도 심술이 보통을 넘잖아요. “이게 어디라고 덤벼? 너 나한테 혼 좀 나볼래?” 하고
염소가 뿔을 세워 고양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런데 덤벼든 것 까지는 좋았는데,
날렵하게 피한 고양이 덕분에 문 옆에서 새김질을 하고 있는 암소와 부닥쳤습니다.
암소라고 성질 없겠어요? 암소가 화가 나서 “버릇없는 녀석,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느냐?” 하면서
염소를 쫓아가는데, 아뿔싸 마침 뒤에 있던 말의 옆구리를 걷어차게 되었습니다.
화가 난 말이 암소에게 싸우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 것은 당연(?)했겠지요.
아무튼 헛간 앞이 수라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리는 닭을, 거위는 오리를, 고양이는 거위를, 염소는 고양이를,
암소는 염소를, 말은 암소를 뒤쫓느라 일대 혼란이 벌어졌답니다.
그렇잖아도 판로 문제 때문에 심란해져 있던 농부가 달려와서는 이 꼴을 보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조용히 해!”
그러자 소란스러웠던 헛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지구촌도 마치 헛간 같아요. 뉴스를 보면 날마다 혼란에 시끄럽습니다.
조용한 날은 종말에나 오려나요? 평화를 위한 많은 방법들을 찾아보지만
그 많은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은 농부처럼 누군가 소리를 한 번 질어줘야 되는데, 그런 역할을 할 만한 나라나 사람이 없군요.
그리고 보면 평화는 인간의 손을 떠나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조용히 자신을 내려놓은 것일 텐데 이것이 참 요원합니다.
아니면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 그나마 지구를 유지하기 위한 것인가요?
아무래도 눈물만이
끝까지 지구를 구성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