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
농업이 문명을 움직인다농촌이야기 2012. 4. 22. 16:29
요즘 일본사람 요시다 타로가 쓴 '농업이 문명을 움직인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세상, 그리고 문명의 관계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끔 갖습니다. 문명의 기초는 무엇보다 사람을 부양하는 먹을거리에서 출발합니다. 먹을거리를 낳는 것은 농업이고, 따라서 농업이야말로 문명의 요람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를 봐도 농업으로 시작해서 농업에 따라 변동을 했습니다. 문명이 그 시대의 농업, 혹은 농법에 따라서 부침을 거듭한 것입니다. 현대의 농법을 시대별 분류에 따라 '석유농법'이라고 합니다. 현대의 일상적인 농업이 석유의 힘을 빌어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농업이 석유에 의존하게 된 것은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일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만 해도 질소질비료는 조금 ..
-
입학, 그리고 시작꿈꾸는아이들 2012. 2. 15. 01:00
겨울의 마지막 시간은 늘 경이로움을 초대해 놓고 물러간다. 지나간 쓸쓸함은 이렇게 놀라운 생명을 부르는 노래였나 보다, 눈에 덮이고 얼음에 갇히고 찬 기운에 꽁꽁 굳은 흙은 어느 틈에 보드랍게 풀어지고 마치 처음 엄마가 된 것처럼 조심조심 깊숙한 생명을 하나하나 끌어 올린다. 얼마나 놀라운 3월인가? 얼마나 부풀어 오른 봄인가? 그렇구나. 이렇게 시작하는구나. 불어오는 바람도, 파란 하늘도, 흐르는 냇물도, 농부의 숨소리도 모두 시작이다. 꿈꾸는 일까지도 봄기운 따라 작은 발걸음들이 모였다. 엄마 손, 할머니 손, 할아버지 손까지 잡고 모인 아이들. 오늘은 입학식이다. 농촌의 초등학교 입학식. 뉴스를 보니 강원도는 작년보다 초등학교 아이들 수가 5,691명이나 줄었고, 신입생이 아예 없거나 1명뿐인 학교..
-
새해, 농촌의 꿈농촌이야기 2011. 12. 13. 23:47
한·미FTA 찬바람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래도 농촌은 꿈을 버리지 않습니다. 농촌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꿈은 아닙니다. 농촌이 많은 힘을 잃었다 해도 이미 원래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내는 꿈도 아닙니다. 농촌은 이미 가야할 길을 오래 전부터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농촌의 소담한 꿈은 이 땅에서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농촌의 즐거움은 우리가 가진 가장 건강한 문화입니다. 함께 먹고 마시고 챙겨주고, 그리고 그것을 노래하고 춤추면서 모두의 흥을 길게 늘어뜨려 주는 친근함의 원천입니다. 도시에서 놀러 온 이도 반갑고 이주민도 반갑고, 누구든지 반갑습니다. 보통 농촌에는 문화가 사라졌다고들 합니다. 요즘 농촌은 예전에 가지고 있던 많은 것들이 사..
-
피아노학원, 사라지다!농촌이야기 2011. 8. 15. 03:57
없어지는 것이 많다 보니 이제는 어느 것이 없어져도 무덤덤한 농촌입니다. 아니, 언제 그것이 있었느냐고 물어라도 본다면 그나마 희미해진 존재의 가치에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제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지역민들이 거의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는 이도 없고 안타까워하는 이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농촌공동체와 농촌의 미래에 대해 일종의 잣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면 소재지에는 그동안 피아노학원이 있었습니다. 허름한 건물이지만, 그래도 들어서면 피아노 소리가 나고, 바이올린은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서 아이들의 가방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정겹기 그지없었습니다. 사실 농촌에 음악을 배울 수 있..
-
희망 이어달리기농촌이야기 2011. 6. 22. 22:25
가까이 있는 목사님이 요즘 농촌학교 운동회에 대한 단상을 글로 썼습니다. 어린 시절 운동회에 대한 추억은 늘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데, 요즘 농촌학교 운동회는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안타까움만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운동회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청백팀 이어달리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막내아들이 청팀이었는데, 그만 청팀이 이어달리기 바통을 놓쳐서 경기에 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씩씩거리는 막내아들보다도 그 이야기를 읽는 제가 더 원통(?)해 집니다. 사실 이어달리기의 승패는 바통터치에 있습니다. 받을 사람과 줄 사람이 있어야 하고 서로 잘해야 합니다. 목사님의 글은 농촌의 모습과 안타까운 현실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삶이란 이어달리기와 같은 것인데, 농촌은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이 점점..
-
오디 따는 날농촌이야기 2011. 6. 20. 16:11
며칠 전에 오디를 따러 뽕나무밭엘 갔습니다. 들꽃마당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이 뽕나무밭은 이제는 60이 넘으신 어느 목사님과 사모님이 지난 30여 년간 일구어 놓은 곳입니다. 풀무생협의 원년멤버이기도 한 목사님은 열악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힘을 다해 지역민들과 누에치기를 해왔습니다. 지금은 나이 든 농민들은 누에치기를 포기하고, 목사님 내외분만이 터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기농 오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이렇게 큰 오디는 처음 봤습니다. 아마 제가 오디에 관해서 문외한 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겨우 길가의 오디 정도 따먹고 다녔으니까요. 들꽃마당 안에도 새들이 심어 놓은 오디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여기에도 맛있는 오디가 달렸습니다. 오디는 포도당을 비롯한 과당 비타민 칼슘 등이 풍부..
-
나는 스쿨버스 기사다꿈꾸는아이들 2011. 6. 15. 01:53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의 한 초등학교 통학차량 자원기사를 하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은 지역학교의 통폐합을 강요하고 있고, 농촌학교들은 마치 병명을 알아버린 환자처럼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의 구심점인 학교가 약해지니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학교가 통폐합 될 땐 되더라도 수수방관하기에는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마냥 흩어지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웃음을 이리 저리 담아서 지역에 흩뿌리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혹시나 희망이라는 열매를 달고 자라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그리 큰일이라고 할 수 없다.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공동체 삶의 기반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