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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5 01:53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의 한 초등학교 통학차량 자원기사를 하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은 지역학교의 통폐합을 강요하고 있고, 농촌학교들은 마치 병명을 알아버린 환자처럼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의 구심점인 학교가 약해지니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학교가 통폐합 될 땐 되더라도 수수방관하기에는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마냥 흩어지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웃음을 이리 저리 담아서 지역에 흩뿌리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혹시나 희망이라는 열매를 달고 자라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그리 큰일이라고 할 수 없다.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공동체 삶의 기반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을 보면 그저 의기소침할 뿐이다.
그러나 농촌에서 살면서 농촌의 현실이 점점 더 빈 들 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볼 때, 마치 그때 빈 들에 선 제자들처럼 예수의 음성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제자들의 당황스러움이 고스란히 내게 몰려왔다. 그리고 엄두가 나지 않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커 보였다. 늘 내게도 그 정도는 내놓을 것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내가 가진 것은 탈탈 털어도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는 어림없었다.
정말 내가 가진 것은 무엇일까? 줄 것도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을 때, 자기 연민을 딛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만 기대하면서 아이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날마다 실어 나르는 것이 힘들고 지속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하지만,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가는 산길 바닷길에서 홀로 건져 올리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숲의 상큼함과 싱싱한 바다 빛에 날마다 푸르러지는 아이들 모습이다. 그리고 아이들로 인한 즐거움 때문에 내 속에서 고맙게 건져 올리는 작은 '희망'이다.

작은 희망은 들꽃과 닮았다. 피어나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 없어져 버리고, 없어진 것을 아쉬워하면 어느 틈에 구석진 곳에 피어 있다. 그리고 없을 것 같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타난다. 오늘도 나는 빈 들에서 계산에 골몰하는 제자의 모습이지만, 아이들은 하느님 말씀처럼 움직이고 내게 없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품고 있다. 그 부스러기가 닫혀지려는 학교 문을 다시 열어젖힌다.




씩씩하다. 막힘이 없다. 부둥켜안고 문지르고 두드리면서 하늘과 땅의 조화를 불러 모은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모든 것이 살아난다. 한 명이 열 명 같고, 열 명이 백 명 같다. 아이들 발끝에 채이면서도 꽃들은 다시 핀다. 느티나무 잎은 생동감에 더 푸르고, 조그마한 책상과 의자는 긴장감에 늘 푸르다. 상큼한 피로감은 집으로 가는 길에도 널려 있다.

사실 농촌을 아무리 생동감 있게 말해도 지금 농촌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은 모두 안다. 구제역 후유증도 크고, 연이어 닥칠 FTA의 파고도 넘어야 한다. 아니 넘을 수나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아이들을 태울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작은 희망은 들꽃처럼 피었다가 사라지고, 어쩔 수 없는 나는 다시 초라하게 농촌의 모습을 계산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렇게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마운 일이다.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정말 고맙다. 아이들의 말 속에도 나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도 차례대로 내게 와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가고, 때로는 사탕 하나를 내밀고 간다. 그 속에 아이들 방식대로 내게 전하는 희망의 이야기가 있음을 안다.
비록 보잘 것 없이 보여도 이야기가 생겨날수록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느낀다. 어느 틈에 들꽃학교가 생겨나고 작은 꽃 하나를 통해 소통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산길 바닷길에서 열두 바구니를 가져오라는 하느님 말씀을 듣는다.




오늘도 현재에 대한 고마움이 은총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어제와 똑같은 길을 간다. 비록 뒤로 물러나기 어려운 농로 위에서는 늘 헤매도 다시 용기를 내어 빈 들을 달리는 나는 스쿨버스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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