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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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가다이런저런글 2012. 12. 14. 14:35
여전한 농촌 한 귀퉁이에서 겨울을 맞았습니다. 아니, 새로운 날의 시작을 맞았습니다. 생각하니 새로움이란 덜덜 떨리도록 무척 추운 시간이군요. 겨울 초입부터 모든 것이 꽁꽁 얼었습니다. 겨울은 이상한 계절입니다. 아니, 신기합니다. 살랑살랑 따뜻한 아랫녘 바람 부는 계절 놔두고 이렇게 춥고 두려울 만큼 움츠러드는 계절에 새해가 시작하다니요. 눈이 내리는 이유가 그래서인가요? 혹여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어 다시 시작하자는 것인가요? 그렇게 다시 출발의 순간을 열자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 고통의 계절을 마다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면 후회투성인데,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앞으로 여전히 가야 할 스스로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눈길을 갑니다. 마음이 살포시 긴장합니다. 늘 가는 길인데도 눈이 덮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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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이런저런글 2010. 12. 31. 00:42
십자가... 오후에 눈 맞으며 바닷가를 지나다가 문득 바다 사진을 담고 싶었다. 추웠다. 시린 손 비비며 다가서는데 갑자기 십자가처럼 보였다. 어둔 밤하늘에서 십자가라고 온갖 모양새를 내며 서 있기보다 여기서 녹슨 모습 그대로 눈에 덮이는 모습이 내 눈에는 더 십자가처럼 보였다. 어느 배라도 다가와 줄을 던지면 마다하지 않고 몸을 내어 줄 뚝뚝 떨어지는 바닷물에 썩어가도 아랑곳하지 않을 그 모습이 내 마음속에는 십자가로 남았다. 눈이라도 털어주려다가 녹슨 자리 흐트러뜨릴까 가만히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