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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관한 생각들꽃마당 2022. 8. 28. 23:58
초등학교 시절, 평상에서 여름 저녁 바람과 밥상을 같이 받다가, 바람결에 묻어온 치자꽃 향기에 먼저 배부른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름도 몰랐지만, 치자꽃향은 어린 시절 꿈같은 날의 상징이었습니다. 생각하면 평상 주위에 물고기 감싸 안은 산호초도 있었고, 갖가지 장미도 색색 어우러져 여름밤이 어둡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얀 치자꽃은 저녁 시간과 맞물려서인지 담백한 흑백의 모습으로 기억에 남습니다. 쥐똥나무꽃도 그렇군요. 속동마을에서 역시 저녁 무렵, 바람 타고 날아온 향이 마치 어릴 때 치자꽃향처럼 내 몸을 이끌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 향의 정체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바닷가 언덕에 마치 울타리처럼 자리 잡은 쥐똥나무를 발견하고 그 하얀 꽃향기에 배가 불렀습니다. 치자꽃향과 쥐똥나무꽃향은 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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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의 집'이런저런글 2022. 8. 16. 00:13
. . 충남 미술관 중 무척 좋아하는 미술관이 2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홍성 홍북면 중계리에 있는 고암 이응노 생가터에 세운 '이응노의 집'입니다. 815 광복절, 바람이 무척 세차게 부는 날 오후... 중계리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지금 '이응노의 드로잉'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고암 선생의 이런저런 드로잉을 보면서 민족의 아픔을 예술로 더욱더 승화시킨 그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역사 탐방으로 건국대 학생들이 단체로 온 것을 보면서 돌아왔습니다. . . . . - 2022년 8월 15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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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생각이런저런글 2022. 8. 12. 10:05
1. 먼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글을 썼던 존 버거의 사진글을 인용합니다. “사진은 보이는 것들의 기록이다. 사진이 예술 작품보다는 심전도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사진의) 환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사진은 대부분 예술이라는 범주의 바깥에 있다.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다. 하나의 사진은 이 특정한 대상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진가의 선택의 결과다.” 존 버거는 사진의 선택이란 X와 Y 중에 무엇을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 아니라, X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Y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진의 가장 대중적인 용도가 X의 순간에 담은, 혹은 Y의 순간에 담은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