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일상을 뒤흔들고, 한 사람의 슬픔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눈물이 되는 것을 농촌 귀퉁이에서 지켜봐야 했습니다. 나른한 힘이 온 몸을 누르면서 몸 구석구석에 그나마 남아 있던 기운마저 빠져나간 한 주간이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느냐 안했느냐를 떠나서 충격적인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은 각자의 모습으로 다가가겠지요. 제게도 안타까움은 짙게 깔리고, 애잔한 음률과 함께 혼자 간직해야 하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다만 '봉하마을'로 표현되는 그의 또 하나의 실험이 좌절된 데에 대해서는 터놓고 애통함을 토로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또 그럴 수 있겠지만,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후의 그의 모습은 봉하마을 일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 사는 세상' 만들기였습니다.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의 기본적인 토대는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농촌이라고 말하는 그의 말은 이 땅과 땅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또 하나의 애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알려진 대로 그는 자연환경을 정비하고, 농촌의 힘을 끌어내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올바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끼니마다 무심코 대하는 먹을거리마저 이미 시장논리를 앞세운 차별과 배제가 아주 중요한 성분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의 근본인 쌀농사의 실천을 위해서는 이웃에 있는 홍동 문당리로부터 오리농법을 배우고, 구체적인 의미를 만들어갔습니다. 문당리 주형로 대표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나 또한 얼마나 의기충천했는지 모릅니다. 그는 스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국 곳곳의 농촌 현장을 부지런히 돌아보면서 배운 것은 곧바로 자신과 봉하마을의 일이 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봉하마을은 논에 물을 채우고 농사지을 준비를 하다가 뜻하지 않은 슬픔에 모든 것을 손에서 놓고 있습니다.
농촌을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선뜻 가기를 꺼려하던 그 길을 그는 고향 땅에서 만들어 갔습니다. 사람들을 격려하고 막걸리 잔을 같이 들면서 농촌의 생명을 이야기했습니다. 봉하마을을 방문한 후, 일본에서는 퇴임 후 농사짓는 정치지도자가 없다면서 오리농법을 창시한 후루노 다카오 박사가 부러워 한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봉하마을을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도 듣고 싶었고, 전직 대통령이 아닌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가고자 한 길을 보고 싶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성장과 경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용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고, 건강한 마음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내고 나아가서 서로를 유쾌하게 해주는 세상이라는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흩날리는 노란 깃발 아래서 정지되었습니다.
막막한 시간 사이로 노란 풍선만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또 다른 슬픔입니다.
이제 눈물을 얼마나 흘려야만 새로운 시간이 시작될 수 있을까요?
도대체 흘린 눈물은 희망의 강을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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