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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9 09:10

*M.J.라이언의 '감사'(혜문서관 출판)를 읽고

나는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의 한 초등학교 스쿨버스 자원기사를 하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은 지역학교의 통폐합을 강요하고 있고, 농촌학교들은 마치 병명을 알아버린 환자처럼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의 희망인 학교가 약해지니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학교가 통폐합 될 땐 되더라도 수수방관하기엔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마냥 흩어지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웃음을 이리 저리 담아서 지역에 흩뿌리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혹시나 희망이라는 열매를 달고 자라날 수 있을까 내심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을 날마다 실어 나르는 것이 힘든 일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하지만,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하루에도 두 번씩이나 가는 바닷가에서 홀로 건져 올리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다가 주는 상큼함과 바다 빛에 날마다 푸르러지는 아이들 모습이다. 그리고 아이들로 인한 즐거움 때문에 내 속에서 고맙게 건져 올려 바다에 띄우는 '감사'다.

혜문서관에서 출판한 M.J.라이언의 '감사'는 이런 나의 모습에 격려를 더 해 준다. 삶 자체가 주는 선물에 감사하고, 그리고 감사의 기쁨에 푹 빠져 보라는 그녀의 말은 아직 나에겐 버거운 표현이지만, 그러나 조금씩 감사를 경험하기에는 좋은 조언이다. 미국 코나리 출판사 편집장인 M.J.라이언의 글들을 많이 대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글이 삶에 대한 진지한 애정에서 나온다는 것은 글을 읽는 중간 중간 알 수 있다. 때로 추상적인 표현들과 단순한 것 같은 문장의 제시는 지속적인 글 읽기를 멈칫거리게 할 때도 있지만, 그러나 전해주는 이야기를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감사를 단순히 예절의 표현으로만 생각한다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감사가 그저 치장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바쁜 걸음 속에서 한 걸음만 늦출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많은 감사들로 이루어지고 있는 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감사에 대한 마음가짐의 작은 변화는 찬찬하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특히 감사하면 모든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은 농촌 들녘에서 작은 들꽃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바라볼 때마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요즘 농촌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농민들의 이마에 새겨진 주름은 아예 화석처럼 굳어간다. 학교마저도 문을 닫으려고 하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메마른 땅을 뚫고 솟아나는 작은 들꽃들이다. 지난겨울 이제는 도저히 희망이 없을 것 같다고 여겼던 그 마른 땅을 조용조용 뚫고 나오는 들꽃을 보고 있으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경이로운 힘에 대해서 감사를 하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어떻게 보면 기적같이 보이지만 그러나 나무와 언덕, 바위, 이끼 모두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듯, 작은 들꽃도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조건 없이 수수하게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그리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깊은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나도 모르게 감사가 우러나오며 결국 작은 들꽃에 대한 감사는 작은 생명과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교감을 하는 한 이 땅이 어떠한 경우에도 희망의 땅이라는 감사의 충만함을 갖게 한다. 감사하면 모든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M.J.라이언의 '감사'는 이 충만한 기쁨과 감사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앞 바다가 태평양을 거쳐 저 멀리 대서양과 혹은 지중해나 북극해와 연결되어 있듯이 모든 사람들의 삶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감사에 대한 나의 긍정적인 힘은 다른 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에 대해서 과학적인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꼭 정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왜냐하면 감사하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게 주는 기쁨을 우리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사의 힘으로 이웃을 기쁘게 해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감사를 하라고 그녀는 말한다.

물론 우리의 삶이 늘 감사를 말하기에는 주저해야 할 시간이 오히려 더 많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늘 고통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고통은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고통을 아예 없애지 못할 것이라면 우리는 삶의 성숙을 위해 고통 속에서 좀 더 깊은 애정과 참을성을 기르며 친절의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인생의 힘든 시기들이 삶의 교훈이 되고, 어렵게 배운 교훈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힘든 상황 속에 축복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감사는 대개 고통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고통 앞에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통스런 상황 앞에서 가시 돋은 태도를 보이기보다도 한 걸음 물러서서 온유한 태도를 선택하는 것은 회피가 아니라 용기이다. 용기는 힘들고 고달픔 앞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할 수 있게 한다. 괜찮아지기까지 기다린다면 감사할 기회는 영영 오지 않기 때문이다.

M.J.라이언의 '감사'는 우리가 감사할 때 일어나는 삶의 변화는 매우 다양하다고 말하며, 그리고 이 순간을 살아가는 내 삶이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일러준다. 물론 현재가 괴로운 상황이라면 감사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현재의 괴로움이 미래와 연관되어 있다면 감사는 현재의 순간에 보다 집중하게 함으로써 미래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 그것은 감사가 지금, 바로 이곳에 존재하는 긍정적인 힘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는 다양한 인용들을 통해서 감사의 자세를 몸에 익히도록 돕고 있으며, 감사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일러준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감사의 태도는 오랜 시간 동안 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감사에 대해서 생각하고 감사 때문에 마음을 열 때 이미 감사의 기적은 발휘되고 있다. 감사가 가진 가장 큰 힘은 기쁨을 널리 전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나의 현재를 타인과 나누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사는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하고, 서로가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태우러 가면서 오늘도 아이들을 통해서 얻게 될 감사를 생각한다.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정말 고맙다. 아이들의 말 속에도 나에 대한 감사가 있다. 쉬지 않고 떠들면서도 차례대로 내게 와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가고, 때로는 사탕 하나를 내밀고 간다. 그 속에 아이들 방식대로 나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음을 안다. 우리는 덜컹거리는 농로를 달리면서 이렇게 저렇게 서로에 대한 감사를 주고받는다.

지금 농촌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아이들을 태울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렇게 아이들이 여전히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다. 현재에 대한 감사가 어떻게 미래를 끌어당길지 이것 또한 모르지만, 그러나 현재에 감사하지 않고 맞는 미래보다는 보다 역동적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미래를 맞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려울수록 조금 더 용기를 내어서 만나는 사람들과 감사를 나누어야겠다. 그리고 들꽃에게도 미리 감사를 해야겠다. 내년 봄에도 그 황량한 겨울을 지나 메마른 땅을 뚫고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희망을 피우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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