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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13 00:05



가까이 지내는 어떤 분이 지난가을 농촌학교 운동회에 다녀온 단상을 글로 썼습니다. 

계절적으로는 시간이 한참 지난 글이었지만 그래도 찬찬히 읽어가니 정겨운 모습도 떠오르고 어릴 적 생각도 나서 좋았습니다.

글의 내용인즉슨,

어린 시절 운동회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데, 

요즘 농촌학교 운동회는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안타까움만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운동회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청팀 백팀 이어달리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막내아들이 청팀이었는데, 힘찬 응원을 받으며 잘 달리던 청팀이 그만 이어달리기 바통을 놓치는 바람에 백팀과의 시합에서 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씩씩거렸을 것 같은 막내아들보다도 그 이야기를 읽는 제가 더 원통(?)했습니다. 

사실 이어달리기의 승패는 바통 전달에 있습니다. 

줄 사람과 받을 사람이 호흡을 맞춰 바통을 잘 전달하고 잘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바통을 놓쳤다니 얼마나 힘이 빠졌겠습니까?

하긴 세계적인 선수들이 뛰는 올림픽 계주에서도 바통을 놓치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으니, 농촌학교 운동회에서 어린아이들이야 더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안타까웠던 달리기 글은 계속해서 농촌의 모습과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람의 삶이란 이어달리기와 같은 것인데, 지금 농촌은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내년이라도 운동회를 보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면서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아버지 할아버지께서 농촌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오셨다면 농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혹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에서 살아오셨더라도 우리 농촌의 모습을 한 번 헤아려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래전에 바통을 주고받으면서 달려온 사람이 있었듯이 

이제는 다음 세대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하는데, 지금 농촌은 받을 사람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통을 놓치는 것보다 더 맥이 빠지는 일이지요.





글은 또 이어집니다. 

이웃 마을에 장례식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답니다. 

장례식장은 홍보 겸해서 처음 손님(?)은 사용료를 전액 무료로 해준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래서 그 마을 교회 목사님이 교우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무료 혜택을 받고 싶은 분은 빨리 손드세요!” 했더니 모두 손사래를 치며 까르르 웃고 말았다고 하는군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새로운 새싹들은 줄어들고, 수지맞는 곳(?)은 장례식장뿐입니다. 

그러면서 열심히 달려도 바통을 전해 줄 다음 주자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글을 맺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씁쓸해졌습니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농촌학교 운동회 달리기 장면을 떠올리다가 바통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 조그만 바통에 왜 그렇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온몸으로 바통을 받으려고 할까요?

그리고 보니 메마른 물체에 불과한 바통이 신통합니다. 1등을 하고 싶은 욕망도 쥐여 주고, 바통을 받음으로 내가 힘차게 뛸 수 있다는 희망도 또한 전해주니까요.

작은 바통 하나가 그래도 농촌을 아직까지 뛰게 하는군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작은 희망이 여러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희망이란 참 이상합니다. 

기쁘고 좋은 자리보다 참담한 자리, 누구나 손을 놓는 자리, 힘이 빠지는 자리에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데 남모르게 일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있습니다. 

더구나 많은 사람을 자기도 모르게 초대를 합니다. 





바통을 쥐고 바람을 가르는 그 순간은 어쩌면

우리는 다음 사람을 보고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희망에 나를 맡긴 씩씩한 전사로 뛰고 있는지 모릅니다.

문득 달리기에 나선 것 마냥 제 손을 움켜쥐어 봅니다. 

어쩌면 지금 나도 작은 희망의 바통을 쥐고 농촌 구석에서 뛰고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 한 명 한 명 그렇게 뛰어오는 소리가 즐거워서

아침저녁으로 농촌학교 차량운전도 하고

봄이면 사람을 불러서 꽃도 보고 국수도 먹는 잔치도 벌이고

노을 번지는 애틋한 바다를 사진에 담는 일이 그래서일까요?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았지만

봄입니다.

땅은 여전히 황량해도 지난겨울 내내 뛴 숨길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작은 바통처럼, 희망의 전달자처럼

마른 땅에 꽃 한 송이가 솟아나기 시작합니다.


마른 땅에 꽃 한 송이는 세상에 손을 내미는 바통입니다.

바통을 줄 이도, 받을 이도 보이지 않던 땅에서 멈추지 않고 달려와 내민 바통입니다.

점점 바람이 따뜻해지고 이어 달리는 꽃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냅니다.

알게 모르게 바통은 잘도 이어받고 계속 전달이 됩니다.

나무들도 촉촉해지기 시작하고, 흙을 만지는 농부들의 손은 바빠집니다.





나도 움켜쥔 손에 힘을 줍니다.

바통을 건네줄 사람 보기가 쉽지 않고, 또 설령 바통을 놓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뛰어야겠습니다. 언제라도 받을 사람이 보이면 힘차게 건네주렵니다.

저렇게 겨울을 뚫고 나온 마른 땅에 꽃 한 송이가 망설이지 않고 준 바통이니까요.

그렇게 이어 달려서 드디어 농촌학교 운동회 박수 소리가 우렁차게 들리면, 마주하며 손 내미는 친구를 향해 더욱 용기를 내어서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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