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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4 14:35



여전한 농촌 한 귀퉁이에서
겨울을 맞았습니다. 아니, 새로운 날의 시작을 맞았습니다.
생각하니 새로움이란 덜덜 떨리도록 무척 추운 시간이군요.
겨울 초입부터 모든 것이 꽁꽁 얼었습니다.






겨울은 이상한 계절입니다.
아니, 신기합니다.
살랑살랑 따뜻한 아랫녘 바람 부는 계절 놔두고
이렇게 춥고 두려울 만큼 움츠러드는 계절에
새해가 시작하다니요.






눈이 내리는 이유가 그래서인가요?
혹여 모든 것을 하얗게 만들어 다시 시작하자는 것인가요?
그렇게 다시 출발의 순간을 열자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 고통의 계절을 마다할 수 없습니다.
돌아보면 후회투성인데,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앞으로 여전히 가야 할 스스로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눈길을 갑니다.
마음이 살포시 긴장합니다.
늘 가는 길인데도 눈이 덮인 길은 새로운 길입니다.
하얀 길 위에서 나는 어떤 모습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무사히 갈 수도 있고, 옆으로 미끄러져 바동거릴 수도 있을 테지요.
그래도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넉넉하진 않아도 못 갈 길은 아니지요.






눈길을 갑니다.
어른은 닳아진 세월이 미끈거려 주춤거려도, 아이들은 거리낌 없는 길입니다.
아이들을 실은 차는 오르막 내리막길에서 밭 귀퉁이에라도 미끄러질라치면
아이들 함성에 제풀에 통통 튀어 올라 제 길을 갑니다.






눈길을 갑니다.
이렇게 이어진 길이 봄에는 꽃길로, 여름에는 바람길로, 가을에는 색색 길로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마음에는 노래길, 웃음길, 밝은 길로 피어나기를
소망을 안고 앞으로 갑니다.
지금은 눈이 내리고, 바닷길 산길 논길 온통 적막함 묻혀 있지만.






눈길을 갑니다.
아이들이 사뿐사뿐 눈 위로 달려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고, 또다시 아이의 아이가 그때도 달려오기를.
그렇게 바라는 마음이 모여서 농촌의 작은 학교가 여전히 이 길을 가고
겨울에도 얼어붙은 땅속, 꿈틀거리는 생명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랍니다.






스스로 신기한 계절 겨울에
덜덜 떨면서 길에 나섭니다. 매섭고 미끄럽고 걱정되고 움츠려지지만
그래도 가는 만큼 새로운 시작의 문을 흔들어 볼 수 있을 것 같기에
눈 덮인 마른 풀잎 털어주며 길에 나섭니다.






크게 보였던 나무도 눈 내리는 벌판에서는 다소곳한 모습입니다.
나무보다 훨씬 작은 나는 눈길 위에서 점 하나의 흔적입니다.
눈에 덮여 금방 사라지는 흔적입니다.
오직 후회하고 싶지 않아 담대하지 못한 마음 추스르는 조그만 점입니다.






눈길을 갑니다.
이토록 추운 겨울에 새해가 시작한다는 것이 이상하면서도
눈길 위에서 버둥거리느라 애쓰기 위해 갑니다.
가다가 눈에 덮여 사라지고 그 위로 다른 발자국이 새겨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리고 그 간절함마저 흔적조차 없어지기를 바라면서
눈길을 갑니다.






겨울 한 가운데, 오늘은 눈길이 내가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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