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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22:43

(*2007년 12월 작성글)


스쿨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보령시 천북면 낙동초등학교가 지난 12월 21일(금)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비정규직(?)이라서 방학을 하면 일자리가 없어지니 허전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동안 시간에 쫒기기도 하고, 일정이 겹칠 때도 있어서 힘도 들었는데, 막상 쉬려고 하니 아이들 하나하나 눈에 아른거립니다.

돌이켜보면 일 년이 금방 지나버린 것 같습니다. 일 년 전 꼭 이맘때, 학교 통폐합 소식에 불안해진 학부모들이 절박하게 회의를 하고 마음을 모으는 과정에서 제가 맡아서 해야 할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학교를 살리자는 일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습니다. 올 해 1학기를 45명으로 시작했는데, 2학기를 마칠 때는 52명의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이제 다시 앞으로 일 년간의 일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학기 때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고, 학부모들과 함께 2008년 교육 과정에 대한 브리핑도 받았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교회와 지역의 협력에 상당히 고무되어 있어서 의욕적입니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운 동창회도 여전히 든든한 힘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6학년 졸업생에 비해서 1학년 신입생의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6학년은 9명인데 신입예정자는 5명입니다. 그나마 1~2명은 아직 입학 결정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신입생 숫자가 일단 중요한 이유는 현재 1학년이 6명이어서 신입생이 최소 5명이 되어야만 합반을 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50명 이상이 돼야 통폐합 대상 학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간당간당 합니다.

사실 가끔은 정말 노력하는 만큼 희망이 생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불쑥 들기도 합니다. 농촌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아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있는 마을의 청년회 나이가 슬금슬금 65세까지 올라간 상태이다 보니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초등학교 신입생이 몇 명이라도 있다는 자체가 젊은(?) 농촌이라고 말해도 그리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실제로 지역학교가 폐교가 된 농촌 지역이 얼마나 많은지요.

아무튼 지금은 신입생 찾기 총동원령이 모두에게 내려졌습니다. 한 명이라도 발견하면 거금 백만 원씩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예산은 동창회에서 전적으로 전담한다고 나섰습니다. 며칠 전에는 입학 예정자 5명의 부모를 학교로 초청해서 낙동초등학교의 우수성을 설명하면서 꼭 아이들을 낙동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줄 것을 부탁 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상당히 절실하게 그 자리에 임했고요.

돌아보면 낙동초등학교는 사실 시설도 좋고, 공부하는 환경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교문 밖으로 나가면 갈 곳이 없어서 너무나도 심심합니다. 교문 밖은 문구점도 없고 PC방도 없고, 마을 가게 하나만 있습니다. 그래서 스쿨버스가 출발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학교 안에서 놀면서 정해진 시간에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영어도 공부하고, 피아노도 배우고, 한자도 쓰고, 미술도 하고 책도 읽습니다.



남학생 수가 적어서 3학년부터는 무조건 축구 대표 선수입니다. 축구 대표 선수는 보령화력에서 지원해 주는 자금으로 유니폼과 축구화를 지급받고 훈련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지만, 격려 회식 자리에 참여해서는 학교 대표선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집니다.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 된 제 아들도 유니폼이 두 벌이나 됩니다. 손자가 학교 축구 대표선수가 되었다는 소식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결국은 학교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축구 선수로 발탁되었다는 설명에 좀 입맛을 다시기는 하셨어도 말이죠.



모든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몇 번씩 각종 대회에 나갑니다. 작은 학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상도 잘 타오고, 작은 인원이라서 거의 개인 과외하다시피 공부를 하는 관계로 수업 분위기도 좋습니다. 물론 공부하기가 마땅찮은 아이들에게는 나름대로 어려움(?)도 있겠지만 아무튼 문제라면 오직 신입생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 저는 학교 문제를 우리 지역공동체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에게 지역공동체의 바로미터로 학교 문제를 봐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학교는 단순히 학교 그 자체가 아니라 농촌 지역의 미래입니다. 65세 노인이 청년회원이라는 농촌현실은 앞으로 십 년 후의 농촌은 꼭 한미 FTA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이론적으로 문제의 해결은 간단합니다. 그것은 젊은 사람들이 들어 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그러면 아이들도 생기고, 학교는 통폐합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인지하는 것이니까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픕니다.

그래도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것이라도 시도를 합니다. 친환경 농업에 대한 작은 실천을 하고 있고, 건강한 생명을 느낄 수 있는 주변 환경 만들기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도 소득을 내며 살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우리나라 농촌 현장 이곳저곳을 다녀보면서 도움을 얻기도 합니다. 보령시농업기술센터는 지금 제게 아주 좋은 협력자입니다.

중국 네이멍구 사막을 생명의 땅으로 바꾸고 있는 ‘인위쩐’이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몇 년 전 TV에서 그녀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정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내 마음의 길이 되었습니다. 그녀만 생각하면 내 마음은 뜁니다. 저는 어쩌면 그 길을 갈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요. 오히려 절망을 가슴 한 구덩이에 내지르고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돌아서게 될지 모르지만, 그러나 누구에게라도 그 길을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 지역에 대한 계획서가 보령시에서 채택돼서 행정자치부의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프로젝트 공모 대상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순천향대학교 용역팀이 나와서 인터뷰도 하고, 지역 발전에 대한 프로그램이 문서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첫 도전이라서 공모에 될 가능성이 낮지만, 그래도 우리 지역에서는 처음 도전해 보는 것이라서 의미가 큽니다. 일단 순천향대학교 연구팀 차원에서 문서로 정리되면 이것을 우리 지역이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매뉴얼로 삼고자 합니다. 그래서 학교 문제도 부딪쳐 보고 있는 것입니다.

아침 7시 50분부터 8시 30분까지, 그리고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스쿨버스 핸들을 잡습니다. 차 안에서 아이들을 볼 때마다 희망도 같이 봅니다. 참 묘한 기쁨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들로 시간이 겹칠 때도 많지만 어지간하면 핸들 잡는 것을 첫 번째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교장 선생님 제안으로 아이들에게 희망 통장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이 신설 됐습니다. 동창회에서 예산을 부담해서 아이들에게 2~3만원씩 통장에 넣어서 나눠줬습니다. 목적은 공부하는 분위기를 좀 더 만들자는 것이었죠. 성적이 평균 90점 이상이면 3만원씩 학기마다 통장에 넣어줘서 중학교 갈 때 교복 값으로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통장은 학교에서 관리하고요. 돈으로 공부하는 분위를 만들자는 것에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교장 선생님의 제안을 막기도 그렇고 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동창회의 지원으로 일단 전체에게 2만원을 균등하게 넣어주고 90점 이상인 아이들에게는 만 원씩 더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공부뿐만 아니라 운동이라든지 선행이라든지 모든 부분도 함께 평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제시도 했습니다. 이번에 26명이 90점 이상이 나왔습니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죠. 아쉽게 한두 점 차이로 밀린 아이들도 여러 명 있어서 그 아이들에게는 격려를 더해줬습니다.

그러면서 이왕이면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 통장의 기쁨(?)이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헤아려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과 맞물려서 우리 천북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는 ‘천북 굴 축제’가 12월 8일부터 16일까지 열렸습니다. 태안 앞 바다 기름 유출 사고만 아니었으면 정말 기쁘고 즐거운 축제가 되었을 텐데, 기름 유출 여파로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도 적었고 모두들 마음 한 구석에 무거움만 놓인 축제가 되었습니다. 저도 이 축제 준비로 면사무소에서 여러 번 회의를 하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우느라고 골치가 아팠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었습니다. 그래도 들꽃마당 식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그나마 축제의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고, 비록 계획보다는 농산물 판매가 부진(?)했지만 나름대로 소득도 있었습니다. 제가 장사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달란트가 있는 것 같다는 교우들의 평가는 노후 대책에 큰 도움(?)이 되었고요.

그 와중에 사진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일 년에 한 번씩 들꽃축제 때 들꽃사진전을 열기는 했는데 판매는 염두에 두지 않았습니다. 원하는 분들에게는 그냥 사진을 나눠주었고 그것이 기쁨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학교 아이들을 위해서 유료 판매를 해보자는 의견도 있어서 지난 일 년 동안 담았던 천북 바다와 천북 들꽃 사진을 모아서 쓸쓸한 축제 속에서 사진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유료 판매전을 하려고 하니까 손이 가는 부분이 많아서 12월은 참 여러 가지로 바빴습니다.



축제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데 과연 얼마나 팔 수 있을까하는 우려 속에서 12월 15일과 16일 이틀 간 천막 속에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강화규 집사님이 판매 수고를 담당하셨는데 대략 40점 정도를 팔았습니다. 계산해 보니 인화료 액자 값 기타 수고비 등을 제외하고도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나름대로 수익이 생겼습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액수였는데, 보잘 것 없는 제 사진을 사간 모든 분들에게 참 감사했습니다. 특히 기름 유출 여파로 손님이 안와서 굴 장사가 도통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당신들 바다 사진이라고 기꺼이 사 주신 굴 가게 분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덤으로 굴과 함께 굴 칼국수도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그동안 사진으로 인해서 생긴 부수적인 수익들이 있었지만, 이번 사진 판매전은 그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 의미에 함께 동참하려는 분들의 모습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자칫 놓아버릴 수도 있는 희망의 끈은 언제나 이름 없는 이들에 의해서 지탱이 되는 것 같습니다. 태안 만리포 방제 작업 현장에서는 이런 힘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많은 기름 덩어리들이 그 작은 손 하나하나에 의해서 조금씩 없어져 가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고난의 현장에서 오히려 기쁨을 얻었습니다.

저는 농촌도 그런 손길들이 살려내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은 농촌 학교도 그렇게 살아나고요. 우리가 결코 놓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작은 것에서 눈길을 떼지 않는다면 어느 틈에 희망은 싹을 틔우고 메마른 땅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운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히려 내게 가르침을 준 사진전... 돌아보니 그분들이 내 사진을 사간 것이 아니라 내가 그분들의 사랑을 보잘 것 없는 부끄러운 사진으로 산 것이었습니다.

수익금을 학교에 전달하면서 나눠주고 싶은 이들에게 줄 액자를 더 주문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사진보다도 제 마음을 담아서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5년 후, 10년 후 꿈이 영그는 이 작은 학교에서 열릴 사진전에 미리 초대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희망의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야 하겠지요. 물론 여러분도 초대합니다. 그때는 우리 함께 노래도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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