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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12:06


몇 년째 스쿨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보령시 천북면 낙동초등학교는 지금 합창 연습이 한창입니다.
어떻게 모 방송국의 문화체험 다큐멘터리 촬영 학교로 선정되어서 그 일환으로 합창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악보를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피아노를 배워도 일 년 내내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왔다 갔다 하느라고
바쁘기 그지없는 아이들도 있어서 연습시간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들 열심입니다.
얼마나 열심히 부르는지 목이 쉬어서 컥컥대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웃음도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가르치는 지휘자 선생님과 함께 진지하게 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우리 천북에, 아니 우리 농촌에 희망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아시는 대로 여러 사람이 각각 소리와 화음을 맞추어 함께 부르는 노래를 합창이라고 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 이후 서양음악이 보급되면서부터 합창이 교회와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함께 부르는 노래는 그 형식이 달라도 이미 오래 전부터 이 땅에 있었습니다.
다만 요즘 우리가 보편적으로 합창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 훈련된 화음의 조화를 통해서 부르는 노래를 일컫습니다.




합창하면 아무래도 ‘합창 교향곡’이라고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D단조 작품 125번이 떠오릅니다.
음악사상 최초로 교향곡에 합창이 어울려 연주됐지만 합창의 선율이 더 또렷한 이 곡은, 연주가 끝난 뒤 베토벤이 귓병으로 인해 박수갈채를 듣지 못하다가 독창자들이 그를 청중 쪽으로 돌려세워주자 비로소 연주가 성공적인 것을 알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합창 교향곡에 더욱 감동을 받는 것은
소리의 세계와 단절된 상태에서 무한한 고통과 싸워야 했고, 육체적인 건강의 악화와 가난에도 불구하고
고뇌를 맛본 환희를 사람의 소리를 통해 노래한 베토벤의 모습에서 삶의 의욕과 희망을 얻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확실히 사람의 소리는 악기가 갖지 못한 생명의 힘이 있습니다.




합창은 내가 소리를 내면서 다른 사람이 내는 소리와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합창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게 합니다.
혼자 고래고래 목청을 뽑기보다는 남의 소리를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가슴을 만들어줍니다.
마음을 열어젖힌 잘난 사람, 못난 사람 모두가 자유와 질서와 평화 속에 공존하면서 화음을 만듭니다.




그래서 합창은 모든 소리를 융화시켜서 아름답고 건강한 소리로 바꿔줍니다.
그러므로 노래를 못한다고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함께 소리를 모으면 멋진 합창이 되어서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불어 보태진 소리는 사랑이 됩니다.
그리고 보면 상처투성이인 우리 사회는 참으로 곳곳에서 합창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합창 연습 중인 낙동초등학교는 전교생이 49명인 통폐합대상학교입니다.
더구나 내년에는 더 아래 숫자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까짓 하나쯤 없어도 될 별것 아닌
학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학교도 농촌에서는 별것 이상입니다.

밭고랑 보다 깊은 주름이 더욱 그늘져 보이는 농민들 삶 위에서 학교는 희망을 만들어 냅니다.
하나하나 무너져 내리는 몰락을 맞설 수 있는 것이 이제 농촌에는 없습니다. 학교는 그 마지막 보루입니다.
학교가 없어져버렸다면 모르지만, 아직 어엿하게 존재하고 있는 학교는 이 땅에 사랑할 것들이 남아있다는 충분한 증거입니다.

잔망해도 저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혼들이
푸른 바람 속에서 숨을 쉬고 있는데, 어느 누가 그 숨길을 모른 체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합창소리는 통통 튀는 생명의 소리입니다. 들을수록 설레게 합니다.
아직은 서툴고, 아니 앞으로도 계속 서툴지 모르지만 저렇게 낭랑한 목소리가
우리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다면 그 누구라도 함께 노래 부르고 싶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과 평화의 저 소리가 멈추지 않는 한
학교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늘 새롭게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를 지켜보면서 꾸는 꿈은,
우리 농촌에 더욱 더 풍성한 합창 소리가 울려 퍼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여전히 농촌을 지키고 있는 흙투성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함께 손을 잡고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을 것입니다.

혹여 노래 소리에 이끌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시 돌아온 이들이
건강한 흙더미를 고르면서 함께 화음을 만든다면 그것은
농촌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 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작은 아이들의 소리가 지금 그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격려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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