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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16:32

비 내리는 주일 오후.
처음 보는 농민 한 분이 찾아 왔습니다.
보령 청라에서 나름대로 규모 있게 친환경 농업을 하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시온교회와 그리고 제 이름을 주변에서 듣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온 이유도 같이 곁들였습니다.
문화관에서 농업, 특히 친환경 농업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저는 친환경 미생물농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교회에 교우들과 함께 조그만 시설(?)을 갖춰서 미생물 활성액을 보급도 하고
활용 교육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 자신은 농사를 지을 줄도 모르고, 노동도 굉장히 서투른 편입니다.

그래도 제게 찾아오시는 분들도 가끔 있어서 이야기도 나누고, 또 조언(?)도 해드립니다. 이것이 농촌에서 15년째 목회하는 소득이라면 소득일 수 있습니다. 특히 농촌교회 목회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어떻게 알려지다 보니까 전국 여러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오신 분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친환경농업인을 규합해서 친환경작물농협을 결성하려고 노력하는 분이었습니다. 농협 설립에 관한 절차는 거의 끝나고 이제 농림부의 승인만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존경을 표하면서 그 분 이야기도 듣고, 제 이야기도 들려줬습니다.
제가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빗속에서 그 분을 배웅하고
들꽃마당에서 물기에 젖은 꽃들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농업국가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화 사회의 모습을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말 속에는 더할 나위 없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금융 상품만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공장들은 중국을 비롯한 동남 아시아권으로 빠져나가고 농업은 힘을 잃고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땀 흘리지 않고 돈으로 돈 버는 방법들이 경제 뉴스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도시국가의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도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의 말처럼 이만한 국토와 몇천만 명이나 되는 인구를 가진 사회가 농업을 방기하고도 과연 미래가 있는 국가로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슨 배짱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FTA 시대에 있어서 몰락하는 농업의 보상을 다른 경제적 구조에서 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도 말하는 이들이 정작 한미 FTA 체결 이후로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업이 완전히 몰락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많은 사람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경제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뒤돌아보면 언제 한 번 경제가 제대로 그럴듯하게 우리 곁에 선 적이 있던가요? 자본주의 소비 사회에서는 늘 경제가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경제 성장을 통한 장밋빛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계속 경제 성장에 몰두하게 만듭니다. 돌아보면 정말 우리의 경제는 그동안 지속적인 산업 구조화로 말미암아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또한 갈수록 생활비가 많이 들어가고 소비해야 할 것들은 늘어납니다. 세금도 계속 늘어납니다. (*내년도 국민 1인당 세금(국세+지방세) 부담액이 올해보다 20만원 가량 늘어난 434만원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일 뉴스에 나오는 많은 사건들을 봐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만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사회의 발전을 오직 경제 성장으로만 생각하는 일들이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니죠...

그런데 경제가 이렇게 발전하면 우리는 과연 행복해질까요?
일상의 문제들은 하나하나 해결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까요?
정말 노후 대책은 잘 완비되고 미래는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무딘 신경으로 봐도 온갖 모순과 갈등은 돌출되고, 대기 오염, 먹거리 문제, 환경 문제, 부동산 투기 문제, 비정규직 문제,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의 문제, 무엇보다도 양극화의 문제는 계속 커지고만 있습니다.

특히 올 해는 이렇게 많은 비가 내려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잘 알다시피 대체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에 치중한 결과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 문제로 인식을 합니다.
자연적 한계에 도달하는 문명사회의 문제에 관한 ‘성장의 한계’라는 로마클럽 보고서가 나온 것이 벌써 30년도 훨씬 넘었습니다.

환경문제에 관해서 말하자면 한이 없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자동차 산업의 호황이 경제 성장의 한 축이 되는데,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현 체제 아래에서는 더 많은 환경문제가 심각해 질수 밖에 없죠. 환경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죠...

행복하자면서 온 힘을 기울이는 경제 성장이 오히려 생태계를 위협하는 현실은
우리 스스로가 행복의 길을 막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미 FTA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농업은 포기하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러나 농업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만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존속과도 관계가 크지만 본질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의 관계 문제입니다.

이반 일리치의 말을 빌리면,
좋은 삶이란 거창한 구조물을 건축하거나 뛰어난 문화재를 남기거나 하는 그런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신의 이웃과 함께 일하고, 서로 돕고 보살피는 가운데서 생을 즐기는 데 있습니다.
농업이 바탕에 깔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방향이 많이 틀어져 있습니다.

인간 공동체의 파괴와 생태적 파국 앞에서 교회는 오히려 경제 성장의 논리에 더 편승하고, 신학은 사람이 자연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침묵합니다.

각설하고 오늘의 생각을 정리한다면
농업의 회생은 희망을 보게 해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엔 단순하게 농사짓는 기술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끝까지 간직해야 할 삶의 형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삶을 위한 방향 전환이 무엇보다도 절실합니다.♧

                                                                      - 09.09.1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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