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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16:31

주변을 돌아보면 구절초, 꽃무릇, 쑥부쟁이 등 가을꽃들이 만발합니다. 봄꽃은 생동감이 넘치고 발랄하지만, 가을꽃은 성숙한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가을꽃을 보면 차분하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마다 느끼는 것들은 다르겠지만...

어떤 분들은 아름다운 가을꽃을 보면서도, 오래 전 봄꽃이 주었던 희망을 떠올리며 벌써 가을꽃을 보는구나 하는 세월의 무상함을 이야기 합니다. 사실 꽃뿐만이 아니라 가을이 주는 이미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때로는 무상함으로 다가서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꽃이 지더라도 봄꽃은 또 다른 꽃을 기다리는 희망을 갖는데 반해 가을꽃은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게 합니다. 여기서 느끼는 무상은 덧없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본래 무상(無常)은 '항상 함이 없다'로 '늘 변화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불교만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것을 법인(法印)이라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제행무상(諸行無常)입니다.
제행무상을 간단히 요약하면 '모든 존재는 영원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변화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방식을 따르면 모든 존재는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야기를 여기서 끝낸다면 무상이란 말이 그 속에 덧없음이 있긴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무상하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도 괴롭고 힘이 듭니다.
전도서는 “사람이 세상에서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속 썩이지만, 무슨 보람이 있단 말인가? 평생에 그가 하는 일이 괴로움과 슬픔뿐이고, 밤에도 그의 마음이 편히 쉬지 못하니, 이 수고 또한 헛된 일이다.”(전 2:22~23)고 말하고도 있습니다.
무상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두려움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무상하기 때문에 사람은 살아갑니다. 변한다는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연중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나에 대한 미래도 생깁니다. 사실 본래적인 의미로 무상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무상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남에게서 내게 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나'라는 존재와 내 마음에서 생겨나기 때문에 나의 변화를 응시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게 저 같은 범부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의 변화를 응시하기는커녕 여전히 자기중심으로 움직이는 것들만 인정하려 하거나 자기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자신이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조건들 속에서 자기를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조금만 노력하면 행복해질 것처럼 착각을 하기도 하는 것이죠. 교회도 그렇지 않습니까? 마치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하나님을 움직여서 원하는 것을 이루게 될 것 같은 착각으로 여러 일들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지만 성경은 여러 부분에서 처음부터 '우리의 일은 하나님께서 하시지 않으면 헛되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이 주시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 자기가 하는 수고에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것,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알고 보니, 이것도 하나님이 주시는 것, 그분께서 주시지 않고서야, 누가 먹을 수 있으며, 누가 즐길 수 있겠는가?”(전도서 2장 24~25절)
근본적으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지 않으시면 아무리 바동거려도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혼자서 바동대면 댈수록 오히려 허무함만 더하지 않을는지...

정말 우리가 이 가을에 무상을 느낀다면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한 일이 덧없음을 느낀다면 내 삶 전체의 뿌리가 하나님께 잇대어 있어야 결실의 은은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주께서 나에게 안겨 주신 기쁨은 햇곡식과 새 포도주가 풍성할 때에 누리는 기쁨보다 더 큽니다. 내가 편히 눕거나 잠드는 것도, 주께서 나를 평안히 쉬게 하여 주시기 때문입니다.”(시 4:7~8)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속을 들여다 볼 때가 왔습니다. 하나님의 손길이 닿은 열매들을 보면서, 그리고 따사로운 가을 햇볕 아래서 무상한 하루하루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단 무상하지 않은 사람은 제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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